업무 사례

민사집행 실전 사례: 가집행, 공탁금 추심

민사·2025년 08월 28일 16:48

1. 가집행

[일전에 포스팅했던 사건]의 후속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제1심 판결문의 주문 제3항에 보면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피고가 항소하였더라도 가집행 절차로써 피고의 재산에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패소한 피고는 자신의 의무 이행을 미루기 위하여 소송을 지연시킬 유인이 크기 때문에 뚜렷한 이유 없이 항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때 피고에게 끌려다니기보다는 바로 강제집행을 해서 돈을 받고 항소심(제2심)에 임하는 것이 원고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 전략입니다.

(물론 피고의 신용력이 확실한 경우에는 가집행하기보다는 적금 든 것처럼 지연손해금을 계속하여 불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원고 입장에서 하나 걱정할 수 있는 것이, 만약 제1심에서 승소하여 가집행을 하고 돈을 받았는데 제2심에서 제1심 판결이 뒤집혀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럴 때는 가지급물을 반환하면 됩니다. 가집행하여 받은 돈에 5~6% 정도의 법정이자와 항소심 판결 선고일 다음날부터 발생하는 지연손해금 정도만 붙여서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실 것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어요.

의뢰인께서도 사업상 빨리 변제 받기를 희망하셔서 가집행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2. 예금채권 추심

위 사건은 회사 대 회사 간의 소액소송이었기 때문에 피고의 신용력이 크게 걱정되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의뢰인인 원고는 임차인으로서 임대인인 피고에게 임대차기간 동안 매달 차임을 피고의 은행 계좌로 납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1심 소송 제기 전에 해당 은행 계좌를 일부 가압류해뒀었는데요, 제1심 승소 후에 예금채권에 관하여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이름이 좀 기네요) 집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미지 설명

위 결정문이 제3채무자인 은행에 송달되고 난 후 제3채무자진술서를 받아보니 은행 계좌에 예금이 충분히 있어서 모든 게 순조로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문제는 따로 있었죠!

3. 해방공탁금 추심

위 결정문을 받고 은행에 돈을 받기 위해서 추심금지급요청서를 보낸 후 의뢰인께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제1심 소송 도중에 회사 본점 주소를 이전했는데 과거 주소지로 가압류취소결정문이 송달됐었고 그걸 모르고 있다가 이제 발견하셨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상대방이 해방공탁금을 내고 예금채권에 걸려 있던 가압류를 취소한 거예요.

앞에 예금채권에 대해서 이름이 긴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문 주문을 보면,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고, 나머지 추가 금액에 대해서 압류한다'고 써있잖아요. 그런데 가압류가 취소되어 버렸으니 본압류로 이전할 게 없겠죠??? 낭패입니다.

의뢰인이 조금 원망스러웠지만(잘 아는 지인이세요ㅋㅋ) 해방공탁금을 추심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갑니다.

가압류를 취소하기 위해서 채무자(피고)는 법원에 공탁을 할 수 있는데요, 이를 해방공탁이라 합니다. 해방공탁금은 가압류결정의 취소에 따라 채권자(원고)에게 발생할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였으니 채권자의 가압류는 정당하였던 것이고, 하지만 채무자의 신청으로 가압류가 취소되었으니 채권자는 해방공탁금에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겠죠?

문제는 이 절차가 이론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채권자가 직접 해방공탁금에 대하여 출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채권자의 가압류가 채무자의 해방공탁금에 대한 회수청구권에 이전되었다고 보아 위 회수청구권에 관하여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대신 행사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학설상 대립이 있고, 실무상으로도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아무쪼록 실무상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해방공탁금 회수청구권에 가압류의 효력이 옮겨 갔다고 보아서 위 청구권에 관하여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압류 및 추심명령를 받아 집행하는 것인 듯합니다. 그래서 해당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이미지 설명

이렇게 결정문을 받고 공탁소에 가서 공탁금회수청구를 하니 다행히도 채권자께서 해방공탁금을 수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론상으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담보취소 신청권을 대위하는 추가적인 절차가 요구된다고 생각되기는 한데, 뭐 여튼 공탁소에서 받아주는 게 실무니깐요;;; 집행법이 사실은 파고 들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문제가 다 끝나는 건 아니죠. 앞서 예금채권에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어떻게 처리될지 확인해야죠?

4. 집행공탁

제3채무자인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채권에 대해서 가압류결정이 취소됐다고 통보를 받았는데, 갑자기 나중에 다시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한다는 결정이 날아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해야겠죠?

은행이 판단을 잘못하면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이중으로 지급하여야 하는 위험이 발생하니 은행은 추심금지급요청서를 받자마자 바로 예금을 집행공탁해버렸습니다ㅠㅠ 이를 두고 제3채무자의 권리공탁이라고 합니다.

집행공탁이 되었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배당기일을 지정했고요, 의뢰인께 채권액에 변동이 있으면 채권계산서를 제출하라는 채권배당기일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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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채권계산서는 매우 간단하게 쓰지만 이 사건은 변제충당이라는 이슈가 있어서 또 신경을 써드려야 했어요;;

이미지 설명

여하튼 의뢰인께서 주소 이전이 있고 우편물 관리를 제대로 못하시는 바람에 덕분에 저도 집행법상 참 많은 절차에 대해서 공부했던 기회예요.

그래도 이제는 사실상 돈 받는 일만 남았고, 항소심은 느긋하게 진행하면 되니 의뢰인께서 큰 걱정은 더셨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