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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임차인 과실 화재로 옆 가게까지 피해,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마음대로 공제할 수 있을까?

민사·2025년 08월 20일 17:39

Q: 임차인 A가 과실로 화재를 일으켰고, 이에 건물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여 화재를 진압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스프링클러가 분사한 물로 인하여 다른 임차인 B의 점포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A와 B는 손해배상 합의를 하였고, 아직 합의금 지급기한 도래 전인데 그 전에 A의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어 임대인 C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C는 A에게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돌려주어야 할까요?

A: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인도할 때까지 임대차에 따라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므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란 임차인의 임대인의 대한 채무를 말합니다. 화재를 일으킨 A가 C에게 화재로 인하여 A의 점포 부분에 관하여 발생시킨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그 손해 상당액에 대해서는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검토할 것은 화재로 인하여 B의 점포 부분에 관하여 발생시킨 손해에 대하여 만약 C가 임대인으로서 A와 공동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C가 B에게 전액을 배상할 경우 C는 A와의 내부적 관계에서는 과실 비율에 따라서 자신의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지급한 금액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A의 보증금에서 구상할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다.

현실적으로는 B가 A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C에게 책임 추궁을 하고자 할 유인이 발생할 수 있고, C 입장에서는 그 대응에 상당한 에너지와 비용이 소모될 수 있는바, A의 보증금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자 할 유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C가 B에게 어떠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인가 하는데, 책임은 계약상 책임과 법정 책임을 순서대로 검토해야 합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으로 하여금 그 목적물을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수익케 할 의무가 있는데,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화재를 진압하였다면 소방시설법 등 관계 법령상 건물 소유자로서의 의무는 다한 것으로 보이고, 화재 진압 과정에서 주변에 물이 튀지 않게 할 주의의무는 상상하기 어려우므로 임차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을 사용·수익케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거나 기타 임대차계약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민법상 불법행위법에 따른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하는지 검토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A는 C에 대하여 단순한 임차인일 뿐 피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아 C에게 사용자책임이 발생할 여지가 없고, 공작물책임과 관련하여 공작물점유자인 A에게 과실이 있음이 명백하므로 소유자인 C에게 위 책임이 발생할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C는 B에 대하여 법정 책임도 부담할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백 번 양보하여 C가 B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하여도, A의 보증금에서 구상금 전액 또는 일부를 공제할 수 있는 여지도 불분명합니다. 만약 C가 A와 공동하여 B에게 어떠한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C와 A는 부진정연대채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부진정연대채무자 내부의 구상관계는 수탁보증인과 달리 사전구상권이 발생하지 않고(민법 제442조 참조), 자신의 부담부분을 넘어선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채권자를 만족시킨 경우에 한하여 그 초과 부분에 대해서 다른 채무자에게 구상권 행사가 가능할 뿐입니다.

따라서 C가 B에게 손해배상액을 지급한 단계가 아니라면 어떠한 명목으로도 A의 보증금에서 사전에 구상액을 공제하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A의 동의를 받지 않는 이상 A에게 돌려줄 보증금에서 B에 대한 손해배상액 상당액을 공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