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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 제도에 대하여

자문·2025년 08월 28일 16:20

헌법,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든 법치주의의 초석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인 헌법은 우리 사회 모든 법률과 공권력 행사의 최종적인 기준이 됩니다. 고위 공직자부터 평범한 시민에 이르기까지, 법률이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헌법재판소는 그 정의로운 저울을 들이밀고 심판대에 오릅니다. 때로는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며, 복잡해 보이는 그 절차는 사실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즉 기본권을 지키는 중요한 방어막이 됩니다.

법률의 위헌성, 왜 중요할까요?

법률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 원칙(예: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배하여 제정되거나 적용된다면, 국민의 기본권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습니다. 특정 법률, 예를 들어 과거 공직선거법과 같은 민감한 규정들이 종종 위헌 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법률의 위헌성 판단은 단순히 법률 조항 하나를 바꾸는 것을 넘어, 해당 법률이 지배하는 영역 전반에 걸쳐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위헌법률심판, 두 가지 길: 법원의 제청과 당사자의 직접 청구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리하는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헌법재판소에 직접 위헌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주로 두 가지 절차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헌법재판소법 제41조)

가장 일반적인 경로는 '법원의 제청'입니다. 어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될 때,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사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법률 조항이 적용되는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제청을 신청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위헌여부 심판의 제청)

①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軍事法院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

하지만 법원이 이러한 제청 신청을 받아주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법원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법률의 합헌성을 판단하려 하거나, 위헌성이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제청 기각 시 당사자의 헌법소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만약 법원이 당사자의 제청 신청을 기각한다면, 그때 당사자는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해당 법률의 적용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건의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에 직접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헌법소원'이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 사유)

② 제41조제1항에 따른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 그 신청을 한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당사자는 당해 사건의 소송절차에서 동일한 사유를 이유로 다시 위헌 여부 심판의 제청을 신청할 수 없다.


참고로 법조인도 아주 특수한 분야가 아니라면 헌법재판을 다루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3년 간 법원에서 재판연구원 근무를 하면서 수백 건의 사건을 처리했음에도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한 결정문을 작성한 경험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경험은 한 번 있는데, 해당 사건은 법원에서 제청신청 기각 결정이 나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현재 심리 중에 있습니다.


이미지 설명

이처럼 헌법소원은 법원의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국민이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직접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중요한 구제 절차입니다.

일반 국민의 헌법소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기본권 침해 구제의 문

앞서 설명드린 당사자의 헌법소원 외에도, 일반 국민이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인데요, 이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특정 법률이나 공권력 행위로 인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느끼는 일반 시민이나 시민 단체 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다만,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과 비교했을 때, 요건이 훨씬 더 많고 까다로워 청구의 적법성에 대한 이론과 판례가 매우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헌법재판의 실질적 의미와 변호사의 역할

헌법재판소는 때때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중요한 사건들을 심리하며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법률의 위헌 결정은 해당 법률 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키거나 개선을 유도하여, 관련 제도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대한 판결을 넘어,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를 바로잡고 미래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전문적인 헌법 재판 절차에서 일반인이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법률의 위헌성 주장을 펼치기 위한 치밀한 법리 검토, 까다로운 적법 요건 충족, 그리고 효과적인 전략 수립은 전문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헌법재판은 단순한 법률 분쟁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과정임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