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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이행지 특별재판적에 관한 생각

민사·2025년 08월 12일 03:29

우리나라에서 민사소송은 채권자인 원고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사소송법상 원칙은 피고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보통재판적이 있다는 것이고, 이에 따르면 피고 쪽 법원에 소제기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는 것은 민사소송법에 있는 의무이행지 특별재판적이라는 예외 때문입니다.

의무이행지에 관하여는 민법에서 변제 장소에 관한 규정을 보면 알 수 있는데, 특정물인도 외의 경우에는 지참채무(채무자가 채권자의 주소지에 목적물을 들고 가서 변제하여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가장 흔한 소송 형태인 금전청구의 경우 특정물인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의 주소지에 금전을 들고 가서 이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채권자의 주소지가 의무이행지가 되고, 위와 같은 특별재판적 규정에 따라서 채권자(원고) 쪽 법원에 제소할 수 있게 됩니다.

실무상으로는 채무자의 주소는 정확한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괜히 채무자의 주소지 관할법원에 소제기 했다가 송달이 되지 않아서 주민등록 초본을 떼어봤더니 채무자 주소가 다른 관할법원에 속하게 되는 경우 사건이 관할법원에 이송되기 위하여 한참 시간이 소요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그냥 편하게 채권자 주소지 관할법원에 제소합니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이런 의무이행지 특별재판적 때문에 보통재판적의 원칙이 형해화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의 보통재판적, 특별재판적 규정은 독일 민사소송법 규정과 비슷한데, 독일민법은 추심채무(채권자가 채무자의 주소지에 찾아가서 변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의무이행지의 특별재판적이 보통재판적 규정을 형해화시키는 경우가 드문 것에 반하여 우리는 예외가 오히려 원칙이 되어버린 차이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민사소송법이 원칙과 예외가 주객전도되어 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실무 수행에서는 참 편리한데요, 문득 독일의 경우에는 보통재판적 원칙이 관철되어 불편한 점이 없을지 궁금해졌습니다. 한국처럼 주민등록체계가 완비되어 있는 나라가 없는데 어떻게 피고의 주소를 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고요.

제가 독일법이나 독일어에 능통하지는 않기 때문에 제미나이 Deep Research 기능을 통하여 찾아보았는데, 이러한 문제제기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닌 듯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문제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독일에서는 주민등록사무소 조회, 변호사나 탐정 사무소를 통한 주소 확인 등의 절차가 가능하고, 이렇게 하여도 피고의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공시송달을 검토할 수 있으나, 모든 합리적인 조사를 마쳤음을 소명하여야 하기 때문에 고용주, 임대인 또는 가족 등 주변인의 진술서까지도 요구될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아무튼 예전에는 문득 지적 호기심이 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였는데 요즘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참 가볍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