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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명령 불복 후 정식재판, ‘가납’ 벌금 먼저 내야 할까? 환불 절차까지 총정리

형사·2025년 09월 22일 19:06

억울한 약식명령, 정식재판 청구했는데 벌금부터 내라고요?

어느 날 법원에서 날아온 등기우편 한 통. 그 안에는 ‘약식명령’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문서가 들어있습니다. 음주운전, 폭행 등 예상치 못한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수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도저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정식재판을 청구하기로 결심했는데, 약식명령 등본에는 ‘벌금을 가납하라’는 문구가 뚜렷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제 막 재판을 시작하려는데, 왜 벌금부터 내야 하는 걸까?’ 많은 분들이 이 지점에서 큰 혼란을 겪습니다. 억울함을 다투기로 마음먹은 이상, 벌금을 내는 것은 마치 혐의를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식재판 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가납명령이 있다면 일단 벌금을 납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식재판 청구와 ‘가납’ 벌금, 왜 별개일까요?

핵심은 ‘약식명령의 효력’에 있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제456조)은 정식재판을 청구하더라도, 그 정식재판의 판결이 선고되어야 비로소 기존 약식명령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규정합니다. 즉, 새로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법원이 내린 최초의 약식명령이 유효한 상태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약식명령에 포함된 ‘가납(미리 납부)’ 명령 또한 살아있는 효력을 가집니다. 법원은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벌금형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해 가납을 명할 수 있으며, 이 명령은 즉시 집행력을 갖습니다(형사소송법 제334조 제3항). 이것이 정식재판으로 억울함을 다투는 과정과 별개로 벌금을 우선 납부해야 하는 법적 근거입니다.

만약 벌금을 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신속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만약 지정된 기한 내에 가납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 재산 압류: 가납명령은 즉시 집행력을 가지므로, 검찰은 벌금 미납자의 재산을 강제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예가 은행 예금 계좌나 급여를 압류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되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노역장 유치 가능성: 벌금을 내지 못하면 그 금액만큼 노역장에 유치되어 일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벌금형이 ‘확정’된 이후의 절차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므로 정식재판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즉시 노역장에 유치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렇다면 납부한 벌금은 어떻게 되나요?

“만약 정식재판에서 벌금이 줄어들거나 무죄가 나오면, 내가 낸 돈은 돌려받을 수 있나요?”

네,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거나 벌금이 감액된 경우 이미 납부한 벌금 중 변경된 부분은 가납금환급 절차에 따라 환급됩니다.